Lassitude
도로시 세일러의 탄생 본문
[스포주의]
* 완결을 내고 쓰는 <계략형 짝사랑이 실패하는 방법의> 뒤풀이입니다.
* 캐릭터 구상에 대한 비하인드입니다.
* 작품 해석에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연재 중에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어렵지만, 이야기가 끝난 후에는 꼭 작품의 뒷이야기는 쓰고 싶더라고요.
마음에 오래 담아뒀던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저만의 이별방식인가 싶습니다.
도로시처럼 예쁘고 귀엽고 완벽한 친구를 보내는 게 쉽지 않기도 하고요.
도로시 세일러, 넘치는 자신감과 자기애가 돋보이는 개성 강한 캐릭터죠. 가끔 독자님이 항마력이 부족하다고 표현해주실 정도로 엉뚱하기도 하고요ㅋㅋ 착각물이라는 배경 때문에, 더욱 그렇게 보이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도로시는 처음 구상을 시작했을 때부터 저에게는 어른스럽고 멋있는 캐릭터였답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관대하고, 누군가를 도울 때는 망설이지 않으며, 기이한 불행에 휘말릴 때도 자신을 잃지 않거든요.
실수를 했을 때는 바로 사과를 하고, 도움이 필요한 일은 기꺼이 도움을 찾습니다. 도움을 준 사람에게는 적극적으로 감사를 표현하고, 몰랐으면 모를까 자신의 감정에도 항상 솔직합니다.
어떻게 보면 불행할 수도 있던 가정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친구들의 도움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도로시가 가진 강인함이 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교계에서 미움을 받는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꿋꿋하게 또 즐겁게 생활하는 것도 그렇죠. 무력적으로 뛰어나지도 않고, 깊은 서사를 가진 여타 주인공들에 비하면 소소할지도 모르지만...저는 도로시의 잘 드러나지 않는 강인함을 무척 좋아합니다.
라일이 도로시를 발랄한 성격에 처음 홀렸다면, 도로시의 강인함이야 말로 라일이 도로시의 곁에서 닿을 내리고 싶은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에서 짧게 다루지만, 라일은 출중한 능력과 그에 걸맞는 강인한 내면을 가졌지만, 정서적으로 충족된 삶은 아니었습니다.
카메온에 대한 부채감과 책임감 때문이었죠. 라일에게는 갚아야하는 가문의 빚이 있었고, 그 빚 때문에 아버지에 일찍이 작위를 양위하고 영지로 돌아가버렸습니다. 어머니는 어떤 면에서는 카메온에 대한 부채를 자극하는 존재였고, 어머니 자신도 저택에서 힘들게 지냈기 때문에 보다못한 라일의 주도하에 멀리 떨어져 지냅니다. 유약한 어머니, 그리고 강인하지만 결국 제 곁을 떠난 아버지. 결과론적으로는 어린 라일은 누군가에게 기댈 수도 없었고, 그럴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자랐을 거예요.
그런데 도로시를 만나, 상대의 혼을 빼놓는 도로시에 매번 끌려다니고, 어느 순간 도로시가 지닌 반짝이는 강인함에 속절없이 넘어갔다고 생각합니다.
'텅 빈 것처럼 투명한데도, 꽉 찬 것처럼 가득히 빛날 수가 있을까.'
라일이 도로시에게 느끼는 감상이였지요. 속내가 맑고 투명해서 다 보이는 것 같아도, 실은 투명하다고 생각했던 곳조차 꽉 들어찬 밀도 있는 사람. 바로 도로시 세일러의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짧게, 바바린 남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저는 전작에서도 삼총사의 활개치는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에, 또 그럴 생각은 없었어요. 초기 구상에서 바바린 남매은 아예 없던 인물들이기도 하고요. 대신 아주 까칠한 먼 사촌 오빠가 하나 있었답니다.
그런데 전개를 이리저리 맞추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사촌이 빠지게 되고, 그 빈 자리를 바바린 남매가 채우게 되었는데요. 친구끼리 투닥거리는 걸 좋아하는 저의 취향과 도로시가 보다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기를 바라는 저의 바람이 바바린 남매가 탄생하는 이유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남매 씬을 쓰는 건 항상 즐거웠어요.
도로시를 빨리 치면, 항상 '돌쇠'라는 오타가 나와서...동로판이었다면 꼭 돌쇠라는 별명을 지어주고 싶던 도로시...ㅎㅎ
많이 예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